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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계속된 일하는 여성에 대한 규제

스토리

아프가니스탄, 계속된 일하는 여성에 대한 규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당국이 여성의 비정부기구(NGO) 근무를 금지하는 법령을 발표했습니다. 이로 인해 아프간 여성의 자립과 가족 부양을 가능케 한 여성 경영 센터의 미래가 불투명해졌습니다.
영어와 컴퓨터, 직업 교육을 들으러 온 아프간 여성으로 붐볐던 여성 경영센터는 이제 수업이 열리던 위층과 보육원과 상담실, 수공예품 상점이 있는 아래층 모두 조용합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이 금지령을 반대하는 공개 성명을 발표하며 금지 조치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한편, 유엔은 이 금지령을 철회하고 인도주의적 대응에 여성의 완전한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27 1월 2024
센터 1층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하르 씨와 가게 전경

센터 1층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하르 씨와 가게 전경

“예전엔 정말, 정말 사람이 많았어요.” 센터 1층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사하르(Sahar, 가명) 씨가 말했습니다. 사하르 씨는 아프가니스탄 귀환민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입니다. 센터에는 사하르 씨의 가게를 비롯해서 여성 운영 사업장 35곳이 월세를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습니다. “NGO 여성 직원의 근무가 금지된 이후로 센터 2층이 문을 닫았어요. 손님이 많이 줄었죠.”

“원래 센터를 방문하는 학생들이 가게도 들르곤 했거든요. 여기 상점들에 대해 소문도 내주고, 가게 홍보에 도움이 됐는데 이제 수입이 많이 줄었어요. 절반 정도 떨어졌어요.” 사하르 씨가 말했습니다.

2022년 6월 시범 사업으로 개소한 여성 경영 센터는 지역 커뮤니티의 수요와 유엔난민기구의 지원, 아프가니스탄 파트너 기관(여성 활동 및 사회 서비스 협회, WASSA)의 협력으로 건립되었습니다. 센터는 아프가니스탄 서부 구자라(Guzara) 지역 여성에게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자 설립되었습니다.

인근에는 밭과 진흙으로 지은 집이 즐비한 구자라 지역은 아프간 국내 실향민과 귀환민 비율이 높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해당 지역을 귀환 및 현지 재통합 우선 지역(Priority Area for Return and Reintegration, PARR)으로 지정하여 필수 서비스 접근 향상과 핵심 기반 시설 개발과 같은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센터 개소 후,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여 실질적 권력을 행사하면서 서서히 여성과 여자 어린이에 대한 규제를 확장해갔습니다. 여학생의 중등 및 고등 교육 금지와 사교육 금지 조치에 이어 남성 보호자 없이 단독으로 대중교통을 타는 것을 금지했으며 공원이나 체육관 출입도 금지했습니다. 2022년 12월 말에는 여성의 NGO 활동을 금지하여 센터의 수업과 행사가 모두 중단되었습니다. 여성 NGO 활동가들이 운영하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가게를 열 수 있었던 건 아주 소중한 기회였어요.”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모타헤라(Motahera) 씨는 친척 샤르바누(Shahrbanoo) 씨와 여성 경영 센터에서 양품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고 유엔난민기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운이 좋았어요.”

“우리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성격이 바뀌고 자존감도 회복했어요. 그저 집에만 있는 여성이 아니라 사업가가 된 거잖아요.”

친척 사이인 모타헤라 씨와 샤르바누 씨가 양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모습

모타헤라 씨와 샤르바누 씨는 귀환민입니다. 이들은 가게로 벌어들인 수입을 다시 가게에 투자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만족하도록 새 상품을 채워두었습니다. 모타헤라 씨에겐 집을 장만하고자 하는 꿈이 있었습니다. “2층에서 열리던 수업이 중단되고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매출이 30%나 줄었어요. 당혹스러웠고, 많이 울기도 했죠. 가게를 닫아야 할까 봐 걱정이 됐어요.”

“소문만 무성해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미래를 예측할 수가 없어요.” 모타헤라 씨가 덧붙였습니다.

여성에 대한 규제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건 모타헤라 씨와 샤르바누 씨뿐만이 아닙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21년 탈레반 재집권 이후 아프가니스탄 내 여성 취업률이 25%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으며, 자영업과 가내노동이 여성 경제활동 참여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지난 2년간 아프가니스탄의 국내총생산(GDP)은 30~35%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센터에서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던 학생 열댓 명이 하룻밤 사이에 수업이 중단되었을 때의 참담했던 심정을 전했습니다. “센터는 여성의 중등 및 고등 교육이 금지된 이후 우리가 공부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이었어요. 친구도 사귀고, 네트워킹도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공간이었죠.” 나르지스(Nargis, 20세)가 말했습니다.

센터의 다른 학생 라지아(Raziea)는 “수업이 중단되고는 집에만 있을 수밖에 없었고 정말 우울했다”고 말했습니다. “제 방에만 틀어박혀서 밖에 나가지 않았어요.”

여성을 위한 컴퓨터 교실이 열리던 센터 2층이 여성 교육 금지 조치 시행 이후 텅 빈 모습

“센터의 수업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어요. 모두에게 희망을 주었죠. 이제는 그 문이 닫혔어요.” 또 다른 학생 라티파(Latifa, 21세)가 말했습니다.

유엔난민기구와 파트너 기관 WASSA는 학생들에게 태블릿 PC를 배분하고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연결 문제와 통신비가 많은 학생에게 제약이 될 우려도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해온 유엔난민기구 아프가니스탄 헤라트(Herat) 사무소의 하야툴라 자웨드(Hayatullah Jawed) 보호 담당관은 여성 경영 센터가 큰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역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어요.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죠. 사람들에게 인생 2 막을 열어주었고 희망을 주었어요.”

“전에는 많은 이들이 희망이 없는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다시 이란으로 가려고 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센터 개소 이후, 사람들이 자신감을 되찾았고 나라의 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고 느꼈어요.” 그가 덧붙였습니다.

아프간 여성들은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몇몇 학생과 그들의 가족들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핸드폰 수리 기술 훈련을 받던 나르지스는 다시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달을 구름 뒤에 감춰둘 순 없어요.” 그가 말했습니다. “언젠간 다시 나타날 거예요. 지금 우리가 겪는 일도 일시적일 뿐, 평생 갈 순 없어요. 미래를 향한 희망을 놓지 않으면서 힘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