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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호-커버스토리] 뜨거워진 지구,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유엔난민기구의 녹색 혁신

스토리

[가을호-커버스토리] 뜨거워진 지구,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유엔난민기구의 녹색 혁신

30 9월 2024
Mauritania. Lake’s dwindling waters threaten farming and fishing communities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난민들 ©UNHCR/Boris Heger

2024년 여름, 세계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습니다.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 지구 열탕화(Global Boiling)로 가속화 되는 기후 위기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량인 2,400만 명이 기후 관련 재난으로 피난했습니다. 이미 2020년 기준 3,070만 명이 기후 관련 재난으로 강제 실향 상태에 놓였습니다. 분쟁이나 폭력 사태로 강제 실향한 인구의 3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기후변화, 또 다른 강제 실향의 시작
수단 카살라(Kassala) 인근의 국내 실향민 집결지에서 한 무리의 여성들이 진흙탕을 가로질러 소지품을 옮기고 있습니다 ©UNHCR/Aymen Alfadil

기후 위기의 영향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난민과 지역 사회, 국가, 그리고 국제사회가 함께 맞서야 하는 도전입니다. 유엔난민기구는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고, 모든 강제 실향민이 겪는 어려움을 통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 관련 위험에 대응하며, 기후 변화에 대한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유엔난민기구는 인도적 지원 활동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혁신적인 방안을 고안하여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구호 물품의 생산과 배포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자원 활용을 촉진하며, 현지 공동체와 협력하여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대응 기금

유엔난민기구는 전략적 기후 행동 프레임워크를 고안하고,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기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바로 기후 회복력 기금(Climate Resilience Fund)과 난민 환경 기금(Refugee Environmental Fund)입니다.

기후 회복력 기금은 유엔난민기구의 모든 기후 관련 활동을 통합하는 중심 기금입니다. 이 기금은 정부와 민간 영역 후원이 유엔난민기구의 기후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마련된 채널로, 특정 프로젝트에 한정되지 않고 유엔난민기구의 전반적인 기후 프로그램을 지원합니다. 즉, 이 기금은 새로운 재원을 모아 기후 관련 필요에 맞춘 다양한 테마별 모금 도구로 활용됩니다.

난민 환경 보호 기금은 기후 변화에 취약한 난민 보호 지역에서 재산림화와 청정 취사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한 탄소 영향을 기록해 세계 최초로 난민이 생성한 탄소 배출권을 발급, 이를 통해 얻는 금전적 혜택을 사용하여 탄소 배출을 줄이고 사회적 이득을 창출하는 금융 매커니즘입니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촌 재조림 전 ©UNHCR/Steven O'Brien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촌 재조림 후 ©UNHCR/Steven O'Brien

인도적 지원 활동의 ‘녹색화’를 위한 노력

인도적 지원 활동으로 생기는 환경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구호 물품의 제조, 포장, 운송, 배포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긴급구호 물품 사양 수정

기존 플라스틱을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등 담요, 텐트, 주방용품 등 핵심 구호 물품의 제조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포장재 사용

포장재의 양을 줄이고,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을 생분해성 소재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주방용품을 비닐 대신 갈색 종이로 포장하고, 박스 로고 인쇄에 사용하던 파란색 잉크를 갈색과 검은색으로 교체하여 탄소 배출량과 비용을 줄입니다.

현지 공급 업체와의 협력

국제 운송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구호 물품의 절반 이상을 현지 업체에서 구매하고 있습니다. 또 구매한 물품이 현지 지역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될 수 있도록 공급업체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절감

구호 물품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관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난민들이 물품 수리 및 재활용 과정에 참여하며, 물품 재질과 재활용 방법에 대한 정보를 QR 코드로 라벨에 삽입하여 공유하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가 이런 일도 한다고?

‘압력솥’과 ‘연탄’, 환경과 난민을 구하다

매년 난민촌 안팎에서 약 2,000~2,500만 그루의 나무가 벌목됩니다. 이 중 90%는 취사 연료로 쓰입니다. 주변 나무가 깎여 나가면서 토양이 침식되어 사막화되고, 비가 오면 쉽게 산사태가 일어나는 환경이 되면서 난민촌에 사는 난민들은 또다시 안전한 생활과 생계를 위협받게 됩니다. 여성과 어린 아이들은 나무를 채취하기 위해 더 멀리 이동해야 하고 이때문에 성 기반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합니다. 땔감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땔감을 이용한 취사는 시간당 담배 400개비 분량의 연기를 발생시켜 호흡기에도 치명적입니다. 청정 취사 연료와, 효율적인 취사 도구만으로도 환경과 난민을 모두 보호할 수 있습니다.

난민촌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압력솥’

콕스바자르 난민촌에서 압력솥을 사용하는 모습 ©USA for UNHCR/Nicholas Feeney

 

압력솥이 방글라데시 난민촌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유엔난민기구는 96만 5천 여 명의 로힝야 난민이 머무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Cox’s Bazar) 난민촌에 가스 연료와 함께 압력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LPG(액화석유가스)를 사용하는 압력솥은 연료 소모를 줄이고 조리 시간을 단축시키며, 주변 환경과 난민의 건강을 보호하는데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압력솥을 제공받은 난민 99%가 압력솥을 유용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난민촌에서 만드는 친환경 연탄

 

미나와오 난민촌에서 친환경 연탄을 만드는 빅토리아(Victoria)와 기계를 관리하는 이브라함(Ibrahim)©UNHCR/Caroline Irby

카메룬의 극북 지역에는 42만 7천 명 이상의 국내 실향민이 머물고 있습니다. 이 중 일부는 기상 이변과 기후 변화와 관련된 분쟁으로 피난한 사람들입니다. 사막으로 향하는 관문이기도 한 극북 지역은 나이지리아에서 피난한 난민으로 인해 수십 년간 벌목과 이로 인한 사막화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환경 복원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미나와오 난민촌에 수십만 그루의 나무와 관목, 덤불을 심고, 대체 에너지원 접근 촉진을 위해 친환경 연탄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활용해 만드는 이 연탄은 더 오래 유지되고 화력이 좋으면서도 연기를 적게 배출합니다. 친환경 연탄 만드는 법을 배운 난민 여성들에게는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중요한 소득원이 되었습니다.

‘곤충 사육’이 가져다준 변화

흑군병파리를 사육하는 콩고 난민 프란신 마시망고(Francine Mashimango) ©UNHCR/Hélène Caux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곤충 농업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동물과 인간을 위한 식용 곤충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곤충 농업은 천연 자원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고 기존 농업에 비해 탄소 배출량도 적습니다. 또 친환경 일자리 창출, 생계 다양화, 식량 안보 개선, 지역 경제 강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세계은행과 손잡고 말라위, 케냐, 남수단 등 기후 취약 지역에서 난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곤충 양식 프로젝트를 차드, 에티오피아, 우간다, 멕시코에서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짐바브웨 통고가라(Tongogara) 난민촌에 거주하는 프란신(Francine)의 하루는 파리 유충인 구더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프란신은 곤충 농업 훈련을 받은 난민 17명 중 한 명입니다. 2018년 아홉명의 자녀와 함께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피난했을 때만 해도 몇년 후 짐바브웨 난민촌에서 곤충을 키우며 가족을 부양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매일 곤충 사육 센터로 출근해 사육실 온도를 확인하고, 우리를 청소하고, 곤충 먹이를 줍니다. 이렇게 키운 곤충들은 프란신이 키우는 닭에게 먹일 대체 사료를 만드는 데 쓰입니다. 곤충으로 만든 사료는 기존의 동물성 사료보다 저렴하고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단백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닭의 체중이 더 빨리 늘어나요. 그래서 더 많은 닭을 키워서 팔 수 있고, 그 돈으로 아이들에게 옷과 신발을 사줄 수 있죠.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 프란신(Franc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