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을 객실로, 세탁실을 레스토랑으로…난민 호텔리어가 운영하는 이색 교도소 호텔
감옥을 객실로, 세탁실을 레스토랑으로…난민 호텔리어가 운영하는 이색 교도소 호텔
하지만 이 금지된 건물은 범죄자를 수용하던 감옥을 손님을 맞이하는 호텔로 개조하고, 난민을 ‘호텔리어’로 고용한 독특한 아이디어 덕분에 예약이 끊이지 않는 지역의 명소로 탈바꿈했습니다.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팝업 호텔’로 문을 닫기까지 문전성시를 이뤘던 암스테르담 ‘무브먼트’ 호텔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빛의 공간’이 된 옛 교도소 건물
“손님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이곳은 다른곳과 다른 뭔가가 있으니까요” 암스테르담 남부 바옐메르바예스 교도소를 개조한 무브먼트 호텔에서 프런트를 담당했던 와심 씨는 시리아에서 피난한 난민입니다. “매일 새로운 경험,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이야기를 겪었지요.”
와심 씨의 말대로 무브먼트 호텔에서의 경험은 정말 색다릅니다. 따뜻하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호텔 로비의 밝은 분홍색 인테리어도, 바로 얼마전까지 네덜란드에서 가장 흉악한 범죄자들을 수용했던 건물로 들어서는 으스스한 기분을 완전히 떨쳐버리게 하지는 못합니다.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무브먼트 온 더 그라운드’는 지난 40년간 감옥으로 쓰였던 낡은 건물에 난민이 거주하는 상황에 충격을 받고, 허물어져 가는 이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감옥을 개조한 객실과, 지역사회의 ‘신입 주민’인 난민이 손님을 맞이하는 이색 호텔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사람들을 밀어내는게 아니라 끌어들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이 어두운 공간이 빛의 공간이 될 수 있을지 한번 보자’,고 마음 먹었죠.” 니나 슈미츠, 무브먼트 온 더 그라운드 매니징 디렉터
이 프로젝트로 도시의 흉물이 될 뻔한 교도소 건물이 관광객의 발길을 끄는 모던한 호텔로 탈바꿈했고, 머물 곳이 없던 난민들은 ‘호텔리어’로 거듭났습니다.
2017년 9월 문을 연 이래 50명이 넘는 난민 직원이 이 호텔을 거쳐갔습니다. 관광 산업 호황을 맞은 암스테르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브먼트 호텔 직원들은 서비스 교육과 함께 지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호텔 직원 중 한 명인 와심 씨는 무브먼트 호텔에서의 경험이 자신의 취업 전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호텔이 영업을 종료하기 전인 최근까지 와심 씨는 호텔 일과 패스트푸드 점원, 프리랜서 사진가 일을 겸업했습니다.
“저의 능력을 다시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어요. 이 호텔의 가장 좋은 점은 손님들도 직원들이 그렇듯 이곳에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곳은 여러 문화가 어우러지는 만남의 장이에요. 경험 삼아 오는 손님도 있고, 여기서 일하는 난민 직원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찾아주시는 분들도 계셨죠.”
"교도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 재미삼아 해보고 싶어하는 일이죠.
하지만 막상 무브먼트 호텔에 오시면 감옥으로 쓰였던 공간보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 개개인의 스토리를 더 궁금해하십니다.
호텔 로비에서부터 진정한 의미의 통합(integration)이 이뤄지는겁니다."
교도소 세탁실을 개조한 레스토랑에서 이룬 이라크 난민의 소망
옛 교도소 건물 로비에서 시작된 난민과 투숙객의 만남은 호텔 안뜰에 자리잡은 레스토랑 ‘뷰티풀 매스(A Beautiful Mess)’에서도 이뤄집니다. 레스토랑은 호텔이 영업을 종료한 지난 연말 이후에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이 생긴 곳은 교도소에서 세탁실으로 쓰던 공간입니다. 그때 썼던 산업용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가 의도된 인테리어 소품인 듯 레스토랑 벽면에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바 뒤편에서 카푸치노 거품을 내던 레스토랑 매니저 헤이더 알 사디 씨도 이라크 난민 출신입니다.
“(손님들은) 호기심이 많으시죠.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으시고요. 우리가 난민 출신이라는 얘기를 듣고 저희를 만나고, 음식을 맛보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알게 되는거죠. 그래요, 저는 난민이지만 평범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레스토랑은 새롭게 탈바꿈한 옛 교도소 건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난민에게는 케이터링 업계로의 취업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인 헤이더 씨는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레퓨지 컴퍼니(Refugee Company)’가 기획한 이 레스토랑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2015년 네덜란드에 온 이후 자리를 잡지 못해 방황하던 그는 지난해 봄, 작은 팝업 카페였던 이곳에 수습 바리스타로 취업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로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여기서 일을 시작한 날부터 매일 매일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된건 아닙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받은 믿음과 배려, 그리고 그들이 저에게 내어준 공간 덕분이지요. 이런 것들이 저를 달라지게 했습니다.”
이라크에서 헤이더 씨는 카페를 운영하던 사장님이었지만 일을 시작한 후 서비스업에 대해 배울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납품업자를 대하는 것부터 손님들이 커피를 가져가는 방식 등 네덜란드에서는 모든 것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몇 개월이 지나자 그의 노력이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여름 카페가 레스토랑으로 확장되면서 풀타임 일자리를 제안 받은 것입니다.
네덜란드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대신 자신의 힘으로 일자리를 얻게 됐다는 사실이 가장 뿌듯하고 안심됐었다는 헤이더 씨에게 취업은 가장 큰 소망이었습니다.
간절했던 소망이 이뤄진 지금, 그는 레스토랑 운영에 완벽히 적응해 이제 다른 직원들을 교육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몇 주에 한번씩 헤이더 씨와 서빙 팀은 각자 다른 경력을 가진 새 웨이터들을 교육합니다. 중동과 아프리카 요리를 만드는 주방 직원들도 교육을 진행합니다.
레스토랑 역시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성원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일주일에 4일, 레스토랑이 영업하는 날에는 늘 테이블이 꽉 찼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호텔과 레스토랑 모두 단기 프로젝트로 기획돼 한시 운영됐습니다. 이곳에 머물던 난민 모두가 새 거처를 찾게 되어 네덜란드 정부는 교도소 건물을 헐고 주택을 짓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이 남았습니다. 버려진 장소를 독특하게 활용하는 이색 아이디어 덕분에 와심 씨와 헤이더 씨를 비롯한 수많은 난민이 새로운 장소에서 각자의 길을 찾게 됐다는 것입니다.
“암스테르담 주민에게 이런 도움을 받게 됐다는 것이 정말 놀라워요. 나를 향한 문이 열려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헤이더 씨는 올 여름에 새로운 장소에서 다시 문을 여는 레스토랑에서도 계속 일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교도소를 호텔로, 난민을 호텔리어로 만든 혁신, 유엔난민기구와 함께 응원해주세요
UN 본부로부터 전 세계 난민의 인권과 복지를 지키기 위한 국제적 행동을 이끌고 조정 할 의무를 부여받은 전문 UN 기구인 유엔난민기구는 난민이 일상을 되찾고 삶을 다시 재건할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난민 발생 순간부터 고국 또는 새로운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때까지 전 영역에서 난민의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네덜란드 ‘무브먼트 호텔’과 시리아 난민 와심 씨,이라크 난민 헤이더 씨 처럼 난민이 새로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지역사회는 난민의 경제, 사회활동 참여를 통해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머물곳 조차 없던 와심 씨와 헤이더 씨가 능숙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호텔리어’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유엔난민기구의 활동을 응원하는 여러분과 같은 개인, 기업, 단체의 자발적인 관심과 후원 덕분입니다.
와심 씨, 헤이더 씨처럼 자신의 자립을 위해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전 세계 수 많은 난민들의 내일에 오늘, 여러분이 희망을 선물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