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팬 ‘아미’로 살아가던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어요” 수단 난민 소녀의 이야기
“BTS팬 ‘아미’로 살아가던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어요” 수단 난민 소녀의 이야기
수단 분쟁은 BTS의 팬인 수단 소녀 이슬람 무바라크(Islam Mubarak)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2023년 4월 수단 카르툼(Khartoum)에서 두 군부 세력 간의 분쟁이 발발하기 며칠 전 이슬람은 할머니를 만나러 게다레프(Gedaref)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그 후로 8개월, 이슬람은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합니다.
이슬람은 지금 수단 동부의움 라쿠바(Um Rakuba) 난민촌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곳의 상황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어렵습니다. 카르툼에서는 저녁 8시에 나가서 새벽 1시에 돌아오거나 일하러 갔다가 밤 11시에 집에 돌아올 수 있었지만, 여기서는 집을 떠날 수 없어요..."
이곳에 온 이후 이슬람의 일상과 삶은 ‘보류 중’ 상태. 하지만 여느 BTS 팬 '아미’들과 다름없이 이슬람도 BTS 얘기를 할 때만큼은 더없이 밝은 표정이 됩니다.
“토와이바(Thowaiba)라는 친구가 BTS를 좋아했어요. BTS의 티셔츠를 입고 스타일을 따라 하곤 했는데 처음에 저는 ‘이게 뭐야 너 미쳤어?’라고 반응했었죠”
하지만 이내 이슬람도 BTS의 팬이 되었습니다. BTS의 음악과 이야기에서 울림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유명해지기 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제 삶과 조금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BTS도 영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 저 또한 그랬거든요."
이슬람은 수단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며 향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지난해 4월 초, 라마단 기간 동안 어머니와 함께 할머니를 만나러 게다레프로 여행하기 위해 일주일의 휴가를 받았습니다.
"4월 13일 목요일에 게다레프에 도착했는데 토요일부터 전쟁이 시작되었어요. 여기에 계속 머물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어요. "
꺼져있는 친구들의 휴대폰, 좋아하는 BTS 멤버 정국의 SNS를 더 이상 팔로우할 수 없는 현실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카르툼에서의 삶은 아름다웠지만 게다레프는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낯선 미지의 곳이에요.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아요.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집이고,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할 것만 같아요.”
이슬람은 수단 분쟁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700만 명 이상의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이 중 100만 명 이상이 이웃 국가로 피난하여 난민촌이나 국경 근처의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퍼하거나 헤어진 가족을 찾고 있습니다.
수단 분쟁은 최근 알자지라(Al Jazirah) 주에서 벌어진 전투로 더욱 격화되었으며,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집을 떠나야 했습니다. 50만 명 이상의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와드 마다니에(Wad Madani)까지 폭력 사태가 번지는 등 수단의 인도주의적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이슬람은 하루빨리 분쟁이 끝나고 카르툼으로 돌아가 학업을 계속하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