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이 전하는 ‘고향의 맛’을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난민이 전하는 ‘고향의 맛’을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강제로 가족과 헤어져 피난길에 올라야 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난민입니다. 폭력과 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나 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했던 난민에게, 음식은 고향을 추억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유엔난민기구 70주년을 맞아 유엔난민기구 캐나다에서 제작한 요리책 ‘고향의 맛: 난민의 요리법 (Tastes from Home: Recipes from the Refugee Community*)’에는 캐나다에 재정착한 14명의 난민 이야기와 요리법이 수록 되어있습니다. 요리책의 다운로드 수만큼 전 세계 난민을 위한 식량 긴급구호 지원금이 기부됩니다.
콩고 난민 아누아라이트의 전통 수프
콩고 민주 공화국 출신 난민 아누아라이트 만요하(Anuarite Manyoha)가 처음 캐나다 음식을 먹었을 때를 회상하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처음 캐나다에 와서 닭고기 요리를 먹었는데, 꿀이 너무 많이 들어서, 무슨 음식을 먹든지 다 달았어요. 콩고 음식은 설탕을 많이 안 쓰거든요.”
지난 2014년 겨울 처음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 아누아라이트는 처음 겪어보는 추운 날씨뿐만 아니라 낯선 식자재와 음식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겨울옷, 신발, 귀마개를 받았을 때 사실 좀 웃겼어요. 그렇게 두껍고 큰 신발은 처음 봤어요.”
콩고에서 아누아라이트의 아버지는 반란군에 잡힌 어린이를 구하는 일을 했습니다. 아누아라이트의 가족이 반란군의 표적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매일 생명의 위협을 받았고, 어머니가 총에 맞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목숨에 지장은 없었지만, 아누아라이트의 가족은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우간다의 난민촌에서 5년을 보내고 16살이 되었을 때, 아누아라이트는 캐나다에서 난민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캐나다에 살고 있던 친척의 도움을 받아 오타와에 정착했고, 아누아라이트는 현재 요양원에서 보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누아라이트는 이 요리책(Tastes from Home*)에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콩고의 전통 수프 요리법을 실었습니다. 채소, 향신료, 생선 등의 재료가 독특한 조화를 이루는 수프는 아누아라이트에게 가족과 함께였던 따뜻한 추억을 떠오르게 해줍니다.
“한 접시로 4명 정도 먹을 수 있어요. 가운데에 수프를 놓고, 주변에 앉아서 함께 먹어요.”
아누아라이트는 어려운 시기에 가족을 하나로 모은 건 음식이라고 말합니다.
"고향의 음식은 가족 사이를 더 끈끈하게 만들어줘요."
로힝야 난민 파이살 모하메드의 두 피샤(Duú Fiça)
파이살 모하메드(Faisal Mohammed)는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나고 자란 로힝야 난민입니다. 그렇기에 파이살은 배고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파이살의 엄마는 파이살을 임신한 채로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고향에서 더는 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피난길에 오르기 전, 5명의 형제가 질병과 굶주림으로 생을 다했습니다.
파이살이 선택한 요리는 방글라데시의 난민촌에서 먹었던 디저트인 두 피샤(Duú Fiça)입니다. 두 피샤는 쌀가루, 코코넛, 그리고 설탕으로 만든 간단한 디저트입니다. 파이살은 두 피샤를 처음 먹었을 때를 잊지 못합니다. 굶주린 상태에서 처음 맛본 과자의 달콤함과 기분 좋은 식감은 아직도 파이살의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두 피샤의 향기가 난민촌 전체에 퍼졌어요. 향기를 맡기만 해도 배부른 느낌이었죠.”
파이살이 12살이 되던 해, 난민촌을 떠나 캐나다에 재정착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눈이 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처음 타봐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모든 것이 새로웠어요.”
파이살은 로힝야 난민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싶어 합니다. 2015년부터, 파이살은 로힝야족을 주제로 한 연극에 배우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연극은 “나는 로힝야족입니다(I am Rohingya)”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파이살은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경찰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파이살은 두 번째 인생을 살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항상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시리아 난민 타렉 하다드의 초콜릿 크레페
타렉 하다드(Tareq Hadhad)는 시리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다마스쿠스(Damascus)에서 초콜릿 공장을 운영했고, 타렉은 의사를 꿈꾸며 공부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분쟁으로 타렉의 삶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몰랐어요. 아무도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타렉은 길에서 탱크와 군인을 보았던 그때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갑자기 사방에서 큰 폭발 소리가 들렸어요. 지하실에서 음식도 물도 없이 5일간 버텨야 했어요.”
타렉과 가족들은 레바논의 난민촌으로 피난했습니다. 3년 후, 한 캐나다인 가족의 후원을 받아 캐나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016년, 타렉과 가족은 캐나다에서 초콜릿 사업을 이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초콜릿 사업으로 우리를 받아준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어요.”
타렉은 가족과 함께 집의 부엌에서 초콜릿 요리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방에 모여 새로운 맛을 개발하고 요리법을 적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해요. 캐나다인 입맛에 맞을까? 안에 넣는 속의 맛을 바꿔야 하나? 견과류는 뭘 넣지? 과일을 쓸까? 등 현지의 입맛에 맞게 새로운 요리법을 만들려고 가족끼리 매일 논의했어요.”
그리고 2016년, 타렉의 가족은 ‘초콜릿으로 평화를(Peace by Chocolate)’라는 이름의 초콜릿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타렉은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두 가지 초콜릿 요리법을 이번 요리책(Tastes From Home* )에 실었습니다. 그 중 하나인 초콜릿 크레페는 헤이즐넛과 캐러멜로 만든 요리로, 간단하지만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디저트입니다.
타렉은 자신과 가족을 받아주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지역 사회에 감사를 전하며,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난민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 고향의 맛: 난민의 요리법 (Tastes from Home: Recipes from the Refugee Community) 은 유엔난민기구 70주년을 맞아 제작된 요리책으로, 난민의 끈기, 회복력, 전통을 보여주는 14명의 난민의 이야기가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